본문 바로가기
한국정치

부산 금정구에도 사람이 있다!(feat : 김춘곤 당원님)

by 나정치 2024. 3. 30.

금정구 김춘곤 당원님.

 

내 쪽에서 얼굴을 알고 있기는 했지만(내 정당 생활 40년 동안 외부에서 활동한 일이 거의 없었기에, 김춘곤 당원님은 내 얼굴을 모를 수도 있다) 딱히 접점이 없었던 탓에 어제 처음 이분과 통화했었다.

 

그것도 다음 로드뷰를 검색해서 이분이 운영하는 화원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그 번호로 전화해서 통화했다. (574)

 

딱히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의 여자들' 개정판 작업 중, 내가 처음 신한민주당에 입당했던 당시 부분을 써나가는 과정에 40년 전 인연을 돌이켜보다가, 그때 문득 이정O’ ‘이형O’ 두 분 형님의 이름이 떠올랐고 그 이름들 속에서 김춘곤이라는 이름이 엮여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름만 기억났을 뿐 정확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이분의 연세가 그만큼 많으시다는 사실조차 어제 알게 되었다. (하긴 대학 4학년 졸업을 앞둔 1984년 당시 내 눈에는, 전부 나이 든 아저씨로밖에 보이질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내 기억 속의, 당시 상황과 김춘곤 당원님이 기억하는 내용은 비슷했고, 심지어 현재 우리 민주당 당원과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고, 그것이 부산에서 민주당 활동을 해왔던 당원과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는 당원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기는 19903당 야합 이전과 이후로 명확히 구분된다.

 

다들 아는 것처럼 19903당 야합 이전까지 부산은 우리 민주당에 호의적인 野都였고, 그건 13대 총선에서도 확실히 증명했었다. (12대 총선 12석 중에서 민정당이 차지한 의석은 겨우 3석이었고, 13대 총선에서는 15개 의석 중에서 금정구 김진재 당선자를 제외한 14석이 전부 통일민주당 소속 당선자였다.)

 

그렇다고 당시 상황이 지금처럼 만만했던 것도 아니었다.

 

지금 야권 후보 중 일부가 윤석열 정권 퇴진’ ‘검찰 독재 청산을 외치지만, 12·13대 국회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대한민국은 겉으로는 민주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박정희 군사정권의 후예인 전두환·노태우 군사 독재정권이 민주주의를 짓밟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대중의 항거가 표로서 표출되었던 결과다.

 

그런 국민의 마음은 전단을 들고 거리에 나가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 후보가 없이 혼자 전단을 돌리고 있는데도, 지나가던 시민이 또 생업에 바쁜 택시 기사분들이 따뜻한 음료를 건네고, 심지어 인근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직접 사 와서 억지로 먹게 만든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만큼 부산시민이 우리 민주당에 기대하는 바가 대단했고, 그런 시민들의 성원 덕분에 손이 시리고 목이 아프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곤 했다. (그때는 핫팩도 없었고, 목 때문에 용각산을 아예 호주머니에 넣고 다녔었다. 형편이 좀 나은 사람은 용각산 대신 사탕처럼 생긴 목캔디를 사서 먹었고.)

 

그런 부산과 부산시민의 분위기가 일거에 바뀌었다.

 

바로 김영삼과 노태우가 주도한 3당 야합 때문에.

 

그간 국민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싸워왔다고 칭송하던 주변 사람들이, 우리 민주당과 민주당 당원을 배신자로 몰기 시작했던 것이다.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13대 국회에 당선된 14명의 국회의원 중 3당 야합에 합류하지 않은 국회의원은, ‘영도구의 김정길’ ‘동구의 노무현’ ‘해운대구의 이기택’ ‘중구의 김광일이렇게 네 사람이 전부였다.

 

하지만 중구의 김광일은 얼마 후 노선을 갈아탔으니, 그 이유는 정치적 신념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더는 민주당 정치인으로 부산에서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 노선을 갈아탄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후 김영삼의 문민정부에 합류하여 비서실장을 역임한 사실을 놓고 보자면, 그는 어차피 꼬마민주당 당색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

 

아무튼 위에 언급한 사실처럼 19903당 야합 이후 부산에서는, 출마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인들에게뿐 아니라 그 정치인을 돕는 당인(黨人)들에게도 혹독한 시련의 세월이었다.

 

기간을 특정한다면 19903월부터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서거하셨던 20095월까지, 19년이라는 세월을 그 암흑의 세월이라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기 부산 민주당과 민주당 당원은 빨갱이’ ‘전라도 사람이 아닌 전라도 놈이라는 비아냥거림과 손가락질을 감수했었어야 했으니까.

 

그랬기에 참여정부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시절조차, 나는 태어난 곳은 박정희의 고향인 경북 선산이고, 성장한 지역은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뇔 정도였다.

 

그랬기에 이 시기에 당적을 옮기지 않고 민주당 당원임을 떳떳하게 밝히고 싸워온 동지를,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존경한다.

 

나야 모시던 양반이 3당 야합을 결연히 반대한 김정길이었으니 3당 야합 대열에 합류할 수도 없었지만, 특히 어제 통화한 금정구의 김춘곤 당원님은 어디 기댈 언덕조차 없었던 세월이 아니었겠는가?

 

이제 사람들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김재규 위원장이나 이대우 교수 같은 분들이 금정구 지역위원장으로 이 금정구를 지켜왔지만, 그 양반들이 지닌 정치적 무게감을 생각하자면 당시 그 양반 주변에서 그 양반을 돕던 분들의 고초가 어땠을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름을 거명할 수는 없지만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새끼라 자처하는 자 중에도, 이기택을 따라 저쪽으로 넘어갔다가 온 자도 있고, 더 웃기는 사실은 지금도 자기가 누구보다도 더 열렬한 민주투사이자 민주 당원인 양 씨불이고 다닌다는 사실이다.

 

하긴 노무현 대통령님을 가까이서 보좌하다가 호구지책을 핑계로 한나라당 전문위원을 하던 자나, 한때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올랐던 김덕룡을 보좌하던 자에 비하자면, 그 흠이 반딧불에조차 미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자들이 노무현 대통령님 측근 노릇을 했으니, 노무현 대통령님 또한 불쌍한 양반이긴 마찬가지다.)

 

***

 

어제 통화 중 김춘곤 당원님께서 본인이 경험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내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사실 나 또한 시간 여유가 나고 또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예전부터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일들을 종이책으로 펴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종이책을 펴내겠다는 이유는, 김춘곤 당원님이나 내 생각이나 비슷했다.

 

199033당 야합 이후 고난의 세월을 겪어온 그날들의 기억이 억울했거나 자랑스러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이후 부산의 민주당과 민주당 당원 분위기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당은 배지를 탐하는 철새들의 먹잇감이 아니고, 정당의 당원은 할 짓 없이 심심해하는 백수들의 놀이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가 무너지면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

 

그랬기에 선거는 Show로 치를 수 있지만, 정치는 진정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주중에는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김춘곤 당원님을 찾아뵐 생각이다.

 

그간 내가 혼자 떠들었던 내 생각, 그러니까 부산 민주당 당원 중에서 이 당 저 당 기웃거리지 않고 오로지 민주당 당원 노릇을 해온 사람 중에, 나보다 더 민주당 밥을 먹은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라면서 자신만만해했는데, 김춘곤 당원님은 나보다도 더 민주당 밥을 드셨던 분이고 나보다도 더한 악조건에서 민주당 당원으로서 도리를 지키신 분이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

 

'대통령의 여자들'은 현재 조아라

(https://pre.joara.com/premium_new/book_intro.html?book_code=1053427&refer_type=)에서만 보실 수 있고, 조아라 연재도 오는 12월 26일까지만 계속 됩니다.

 

'대통령의 여자들' 개정판은 현재 '내가 청와대의 주인이다!'라는 제목으로,

문피아(https://blog.munpia.com/debs01/novel/406579)에서 연재를 시작했고, 현재 11회까지 업로드 되었습니다.

 

 

#금정구 #금정구_민주당_당원 #3당야합 #김정길 #노무현 #이기택 #김광일 #철새 #이광재 #안희정 #한나라당 #김덕룡 #박인영 #김춘곤 #정치판_양아치 #지조 #당의_정체성 #정치결사체 #정당은_같은_이념을_공유하는_정치결사체 #당원은_아이돌_덕질하는_팬덤이_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