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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국가를 훔치다! - 2회 -

by 나정치 2024. 4. 20.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유곱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유고 상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나운서조차 당황했는지,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이 튀어나왔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께서 유곱니다!’

 

우리 국어에, 이런 표현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문법 어쩌고 하는 데 신경을 쓸 정신적 여유가 없었고, 당장에라도 북한 괴뢰 도당이 남침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대통령 유고 속보는, 다른 라디오 방송국에서도 계속 흘러나왔다.

 

유고라니? 저게 무슨 말이야?”

 

조금 전까지 내 머리에 난 고속도로를 두고 놀리던 이발사 아저씨가, 심각한 표정으로 유고란 말의 뜻을 물었다.

 

대통령 각하가, 계시지 않다는 뜻인데요.”

각하께서 갑자기 해외순방을 가신 건 아니잖아?”

해외순방을 가셨다면 유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겠죠. 혹시 또 북괴군이 청와대를 습격한 건 아닐까요?”

큰일이네. 각하가 안 계시면 우리나라는 금방 망할 텐데.”

 

어젯밤 뉴스에도 생생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유고 상태라는 말은, 박정희 대통령 신변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어쩌면 대통령이 죽었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발소 아저씨에게 그런 말을 대놓고 얘기할 순 없다.

 

괜히 좀 안답시고 깝죽거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중앙정보부에 끌려간 사람이 한둘이 아닌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며칠 전 부산교대 부근에서 택시 기사를 상대로 술김에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검은색 지프차에 실려 끌려갔다는 소문이 동네에 파다하기도 했다.

 

이발소 주인아저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없으면 나라가 망할 거라면서 걱정하셨고, 그 말에는 나도 일정 부분 공감하는 바 있었다.

 

대학생들이 데모하면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던 그 현장에서도, 나는 독재정권 타도가 박정희 대통령 각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박정희의 이미지와 독재자 이미지가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던 거다.

 

그 독재 권력이 바로 박정희로부터 비롯되었음에도.

 

그리고 이런 생각은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가진 인식이었다.

 

우리나라에 박정희가 아닌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던 시절이다.

 

유고란 생소한 단어가 속보로 전해지긴 했지만, 나 또한 박정희가 북괴군의 공격을 피해 피신했을 거로 짐작했지, 설마 죽었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들지 않았다.

 

박정희만 살아만 있으면 우리나라는 안전할 거란 생각이, 당시 내가 가질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였다.

 

그만큼 나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머릿속에, ‘박정희=대한민국이란 등식이 깊이 세뇌되어 있었던 때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속보가 나오고 채 몇 분 후에 김성진 문화공보부 장관이, 박정희가 어제저녁 궁정동에 있는 중앙정보부 식당에서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으니 말이다.

 

 

* 제목을 '내가 청와대의 주인이다!' 에서 [국가를 훔치다!]로 변경했습니다.

 

2회 본문 내용 중, 1979년 벌어진 10.26사건 당시 상황이 언급된 일부를 옮겼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상황이고, 어쩌면 제가 지난 30년(+10년)을 정치판에서 살 수 있게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국가를 훔치다!]는 60회~70회까지는 문피아에서 무료로 공개되고, 이후 유료로 전환할 예정입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번거로우시더라도 문피아 회원 가입을 하시고, 선호작 등록과 추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4월20일 현재 31회까지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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