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한동훈 선거를 두고, 따로 글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원고를 청탁받았고 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웹소설 3회차 분량 가까운 14,000자 이상의 원고를 마무리지었다.
그 중 한동훈과 관련한 내용을 여기에 옮겨 본다.
***
20년(내가 쫄따구였던 시절 포함) 넘게 선거를 기획해 본 나로서는, 한동훈의 전략에 정말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다.
솔직히 이번 한동훈 선거를 기획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민주당 사람들에게는 욕들을 이야기지만, 나는 선거 초반 한동훈이 4월부터 5월까지 만덕2동과 구포시장을 헤집고 다닌 이후 북구갑 선거는 패했다고 규정했다. (내 페이스북에 흔적이 남아 있다.)
하정우가 간 보기 하는 동안 한동훈은 짐을 싸서 만덕에 내려와, 한동훈의 취약지가 될 지역을 바닥까지 훑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 2주 전 KBS 여론조사에서 2% 차이로 골든크로스가 벌어졌을 때, 나는 이후 전재수 부산시장 캠프에서 하정우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두고 죽은 자식 XX 만지기라고 표현했었다. (역시 내 페이스북에 올려둔 내용이다.)
4) 초반부터 선거에 패했다고 한 이유와 배경.
지난 22대 총선에서, 전재수가 서병수를 상대로 대부분 지역에서 승리했었다.
패한 곳도 득표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유일하게 서병수가 전재수에게 참패한 지역이 있는데, 그 지역이 다름 아닌 한동훈이 이사한 ‘디 이스트’(동문 아파트) 주소지인 만덕 2동과 구포 2.3동이다.
구포 1동 – 4,191 : 4,143 / 구포 2동 – 6,828 : 6,224 / 구포 3동 – 4,855 : 4,315 / 덕천 1동 – 3,700 : 3,801
덕천 2동 – 3,179 : 3,204 / 덕천 3동 – 2,687 : 2,728 / 만덕 2동 – 7,934 : 6,432 / 만덕 3동 – 5,222 : 5,010
22대 총선 당시 서병수는 만덕 2동에서 1,502표, 구포 2동과 구포 3동에서 604표와 540표를 뒤지면서, 4,698표 차이로 패했다. (나머지 표 차이는 관외 사전 투표와 거소·선상 국외 부재자 투표 등이다.)
아마도 한동훈 뒤의 선거 기획자는, 한동훈이 이사할 지역을 만덕 2동을 강요했을 거고 한동훈이 동의했을 것이다.
그 결과 이번 보궐선거에서 한동훈은 만덕 2동에서 6,378표를 득표해서, 6,219표 득표에 그친 하정우를 눌렀다.
직전 선거에서 서병수가 1,502표 뒤진 만덕 2동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한동훈이 오히려 159표를 앞섰다는 결론이다.
구포동 또한 마찬가지다.
서병수는 구포 2동과 구포 3동에서 604표와 540표 차이로 패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한동훈은 하정우에게, 구포2동 4,953:5,247 구포3동 3,650:3,888로 구포 2동에서 294표 구포 3동에서 238표를 앞섰다.
어디 그뿐인가?
직전 선거에서 겨우 48표 뒤졌던 구포 1동에서는, 자그마치 536표를 앞서기까지 했다.
결국 한 달간 만덕 2동과 구포시장을 휘젓고 다니면서, 전재수(하정우)의 지지기반을 완벽히 갉아먹었다는 결론이다.
5) 워딩.
한만덕 / 한동훈 아저씨 / 아저씨 만덕 살아 / 디 이스트에 이사 왔습니다. / 아저씨 이 동네 사람이야. / 네 이름 기억할게. / 정치 시작을 북구에서 했고, 정치 끝도 북구에서 합니다. / 제가 한 이 말이, 이렇게 영상으로 남지 않습니까? / 대한민국을 위해 더 큰 일을 할 때 말고는, 북구를 떠날 일이 없습니다. / 제 정치의 끝은 북구가 될 겁니다. /

한동훈이 만덕 2동으로 이사한 후, 처음 내놓은 워딩이 ‘한만덕’이었다.
그리고 만덕 2동을 돌아다니면서, 끊임없이 디 이스트로 이사했음을 설파했다.
“저, 디 이스트로 이사 왔습니다.” “동문 아파트로 이사 왔습니다.”
동시에 이사했다는 사실을 전파하기 위한 목적과 주민 친화적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 당근 거래를 대놓고 시작했고 그걸 콘텐츠로 삼았었다.
그리고 뜨내기란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끝없이 정치를 북구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말하는 동시에 끝도 북구라고 강조했다.
만덕 2동을 공략하는 동시에, 한동훈은 서병수가 취약했던 구포동 공략을 시도했다.
한동훈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걸어서 구포시장까지 수행원 없이 혼자 돌아다녔었다.
구포시장서 내세운 것은, 북구 발전이었다.
만덕 2동서 구포시장까지 걸어가는 동선에 있는 덕천동과 구포시장에서는, 화려했었던 시절 향수를 북구 발전이라는 말로 유권자인 주민 향수를 자극했다.
그때까지 한동훈은, 정치와 관련한 발언은 아예 없다시피 했다.
심지어 한동훈은 동네 바보 아저씨를 자처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의심가는 대목이다.
제작해서 올린 쇼츠가 사전에 조율된 그림이 아닌가 하고 의심이 들지만, 그게 의도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만일 내가 한동훈의 선거를 저런 식으로 기획했다면, 꼭 넣었을 콘텐츠이기는 하다.

“언제부터 무소속 되셨어요?”
“어, 나 무소속 된 지 꽤 됐어.”
“쫓겨났어요?”
“어, 맞아.”
고등학생과 대화 내용이다.
(그런데 한동훈 영상에서는 얼굴을 뭉개서 확실하지 않지만, 선거 막판 한동훈 지지 유튜버와 하정우 지지자 간 다툼에 등장하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목소리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비슷한 바보 아저씨 콘셉트의 콘텐츠는, 한동훈 영상에 종종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한동훈은 한 달 이상을 만덕동과 구포시장에 집중했고, 그간 간만 보던 하정우가 북구갑 보궐선거 출전을 선언했다.
이런 하정우의 뒤늦은 행보가, 가장 큰 패착으로 작용했다.
한동훈이 땅을 갈고 씨를 뿌려 새싹이 돋아나는 땅에, 뒤늦게 씨를 뿌려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민심은 이미 그때 돌아섰다.
6) 유권자 이용(利用)하기.
매우 좋은 바람직한 방법으로의 이용이니 오해는 금물이다.
한동훈이 만덕동과 구포시장을 순회할 당시, 한동훈이 항상 한 행동이 있다.
다들 알다시피 현시대는 전업주부가 별로 없는 게 현실이고, 그 말은 곧 생업에 바쁜 30.40.50대 유권자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 해결 방안을, 한동훈 캠프가 제시했다.
1) 바로 유권자인 30~50대를 직접 만나는 대신, 그들의 자녀들을 공략 대상으로 삼았던 점이다.
한동훈의 깔끔한 외모가 한몫했고, 아이들과 사진 찍는 그 작전은 충분할 정도로 성공했다.
동시에 만덕동 일대 상가와 구포시장을 돌면서 호의를 보이는 유권자와 사진 찍기.
이 작업 또한 철저하게 기획된 행동이었다.
2) 한동훈이 상가에서 장사하는 사장과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가게 간판 잘 나오게 찍지요.”
그렇게 가게 간판이 나오게 사진과 영상을 찍고 나면, 전국의 한동훈 지지자들이 그 가게를 융단폭격하는 작업이다.
한동훈과 사진을 찍었던 가게 매출이 평균 10% 이상 상승했고, 초반에 찍었던 가게 중에는 하루 매출이 1,000만 원이 넘었다는(택배가 가능한 업종) 후문이 들릴 정도다.
이런 상황이니 만덕동 일대 상가와 구포시장 상인 중에, 한동훈을 반기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런 데다가 먼저 박민식이 헛발질했고, 거기에 민주당과 하정우 또한 가세했었다.
외지인이 북구 선거 분위기를 흐린다는 헛소리를 나불거렸었고, 그건 박민식과 하정우에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3) 토마토 할머니와 찰밥.
이 내용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가, 한동훈 지지자들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

귀찮아서 댓글을 삭제하고 차단하느라 정말 고생했었다.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만일 내가 한동훈 선거를 위 기조대로 기획했다면, 나도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실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그것도 채소로 인해 흙 묻은 손으로 건네는 찰밥, 한동훈이 그걸 거리낌없이 먹을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도 한동훈은 정말 맛있는 척하면서 먹었고, 결국 그 할머니와 관련한 영상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만일 한동훈이 대권에 도전할 때까지 그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한동훈 캠프는 또다시 대대적으로 그 할머니를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낼 것이다.
아무튼 세상 사람 중 다수는 토마토 할머니 영상이 의도적인 기획이라 의심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심받더라도 그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최소 300만 회 이상 조회되었고, 언론을 통해 노출된 걸 생각하면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불가능할 수준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선거의 핵심이다.
내가 항상 정치판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자, 열린우리당 시절 전국을 떠돌면서 당원 교육을 다니면서 지역 당원들에게 한 말이 있다.
"정치는 진정성이고, 선거는 쇼입니다!"
7) 선거
선거운동이 개시된 이후, 한동훈 선거는 ‘이재명 탄핵’과 ‘진정한 보수 재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그리고 한동훈은 하정우와 싸움이 아닌,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상대로 싸웠다.
아예 하정우와 박민식을 싸움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선거기간 13을 보냈다.
이 방식 또한 북구갑 유권자들에게 제법 먹혔다고 판단한다.
싸우되 싸우지 않는 후보란 이미지를, 북구 주민에게 세뇌한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신은 쫀쫀하게 북구 좁은 바닥에서 아웅다웅하는 잔챙이가 아니라, 거대 정당 민주당과 국민의힘과 싸우는 인물이란 점을 세뇌한 것이다.
싫어할 사람이 많겠지만, 이런 모든 게 어우러져 시너지를 일으켰고, 그 결과 한동훈 당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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