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및 추가 : https://v.daum.net/v/20231205110337694
위 기사에 내용처럼, 반란군에 소속되었다가 사망한 박윤관 일병의 순직 또한 전사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만일 박윤관 일병이 일병이 아닌 위관급이었더라도 반란의 죄를 물을 수 있겠지만, 사병 중에도 일병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박윤관_일병도_역사의_피해자일_뿐이다.
내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을 따로 욕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군대란 조직이 상명하복이 철저한 조직이고, 그 조직이란 먹이사슬 맨 맡바닥의 일반 사병은, 이 본문 글의 상황에서는 언제든 장교의 명령 한마디에 사살될 수 있는 입장이니 말이다.
그냥 그들에겐 도덕적 책임 그것만으로도 버텨내기 힘든 기억으로 알고 있다.(내 주변에 광주학살 당시 광주에 파견 되어 광주시민을 학살의 주역이었던 7공수 부대 소속의 병사가 있고, 그 친구는 나와 인연이 이어지던 40대 당시까지도 매일 악몽에 시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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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 -
옳게 사용한 영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타이밍이라는 생각으로 쓴 제목이다.
전제할 사안은, 나는 영화를 보는 일을 극히 꺼린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지인 덕분에 지난해부터 구하기 힘들다는 부산국제영화제 티켓을 여러 장 얻고도, 그 티켓을 전부 주변 사람에게 나눠줬을 정도다.
영화를 보러 가기만 하면 백이면 99, 영화 시작 후 10분쯤 후에 잠드니까.
그래서 내기까지 하기도 했고, 또 10여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에는 그 영화의 주연 여배우 바로 옆자리서 잠들기도 했었다.
아무튼 별날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지인이 우리 동네에 둘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한 달쯤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왔기에 어제 오후 급히 번개 아닌 번개를 하게 되었고, 그 번개가 밤 9시 반에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한 번개다. (이 양반들 고집 덕분에, 4년 전 같이 영화를 본 이후 두 번째다.)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내가 내 젊은 시절을 모두 던지다시피 하면서 정치판에서 살게 만든 그 토대가, 바로 우리가 흔히 ‘서울의 봄’이라 칭하는 10·26 사태 직후부터의 일이니까 말이다.
3당 야합 이후부터 나를 전라도 사람이라 오해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그게 아니란 점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항상 사용하던 문구가 있다.
“나는 박정희 고향인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성장했습니다.”
나를 전라도 사람으로 오해(또는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전라도 사람이 아니면서 민주당 당원 노릇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엔 저 한마디로 충분했다.
80.90년대 아니 2000년대까지도 민주당은 ‘전라도당’ 아니면 ‘빨갱이당’이란 인식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민주당을 비하·비난하는 세력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공화-민정-민자-신한국-한나라-새누리-자유한국당-새누리-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보수·수구 세력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 개인적으로는 보수의 심장에서 태어나 보수의 심장에서 성장했다는 말이고, 그런 주변 환경에서 그들이 비난하는 빨갱이당 당원 노릇을 하게 된 건, 그만큼 그 보수·수구 세력이 문제가 있었든지 아니면 내가 반골(反骨) 성향이라는 뜻일 것이다.
심지어 나는 박정희가 죽기 전 해인 1978년 박정희 초대로 청와대에 가서 밥까지 얻어먹었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가 아닌 경북 선산 출신이면서 외지에서 사는 고등학생을 초대한 그런 자리였다.)
그러다가 이듬해 고등학교 2학년 그날, 구내 이발관에서 머리를 깎다가 박정희가 죽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 순간 우리나라가 망했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당시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뿐 아니라 내 주변 사람 모두는 대한민국에 대통령은 박정희뿐이고 박정희가 죽게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세뇌된 사람들이었으니 약 20년 정도 전, 마약사범에 불과한 박지만이 아들을 낳았을 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영식의 탄신을 경하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구미시 전역에 내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우리 학교 선생님 중에 정말 대단한 분이 계셨다.
작고하신 故 윤○규 선생님….
정치·경제 과목을 담당하신 분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상범으로 낙인찍힌 분이다. (사상범 문제는 선배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였고, 내가 1학년 시절에도 학생의 신고로 수업 중 체포되기도 했다. 사상범이란 사실은 당시 대학에서도 박사학위 소지자가 귀한 시절이었으니, 박사학위 소지자가 고등학교 강단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예상이다.)
박정희 사후 정치·경제 시간은 윤○규 선생님과 나만의 토론 시간이었다.
박정희가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 뼛속까지 새겨진 나와, 박정희는 그 누구보다 나쁜 대통령이라 생각하시는 선생님과의, 남들 보기에는 학생과 제자가 싸운다고 할 정도로 격정적인 토론 시간이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되었었다. (덕분에 성적이 괜찮은 친구들은 자기 공부할 시간을 얻었고, 4년제 진학을 포기한 친구들은 잠잘 시간을 얻었기에 불만은 없었다.)
덕분에 대한민국 근대정치사와 관련한 공부는, 당시 윤○규 선생님께 아예 사사(師事) 받다시피 했다.
대학 입학 후 종교서클(요즘 친구들은 동아리)을 표방한 N**** 라는 서클의 선배들과 study를 하면서도, 논리적으로는 절대 뒤처지지 않을 토대를 만들어주셨던 분이셨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어 벌어진 12.12 군사쿠데타 그리고 이듬해 그들이 자행한 천인공노할 만행인 5.18 광주학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 1980년 5월 당시 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폭도들의 반란’이 아닌, 정치군인들에 의해 자행된 학살이란 사실을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었던 환경에서 살았다. (내 숙부께서 M사 사회부 기자로 재직하시다가 해직되셨고, 동료 기자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재기를 꿈꾸셨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랬기에 이 영화에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상영이 시작되고 1시간쯤 후부터 약 10분의 공백은 있다. 지겹고 잠이 와서 잠시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왔으니까)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서울의 봄’이 가지는 의미를 축소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전적(?) 의미로 서울의 봄은, 박정희가 죽은 10월 26일을 시작으로 이듬해 5.18 광주학살 사태 전야까지의 민주화 운동 과정을 이야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민주화를 향한 우리 국민의 열망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군사 반란 세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수구 진영에서 이 영화를 두고 민주당과 여타 진보정당에 유리한 영화라고 떠들어대고 있지만, 어쩌면 이 영화는 진보 진영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그런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영화에서 전두환 역할을 하는 전두광의 캐릭터에서도 일부분 노출되고 있다.
전두환을 미화했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전두환을 권력에 눈이 돌아간 살인마로 표현하기보다는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인물로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흔히 희화화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희화화하면 당연하게도 살인마 또는 반역자 이미지가 희석된다.)
진짜 전두환은 죽은 후 묻힐 곳조차 찾지 못해, 유골이 아직 제 놈 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영화가 기존의 ‘서울의 봄’이라 불리던 시기의 의미를 12.12 군사쿠데타로 축소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기를, 또 전두환에게 덧씌워진 반란군의 수괴란 이미지를 희석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고 강변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암울했던 한 시대를 다큐 형식으로 조명한 게 분명한 사실이니,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한 쪽에서도 그런 심각한 역사의식을 갖춰야 함은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도중에 심장박동이 어떻니 하는 그런 식의 여론몰이에 휘둘릴 일은 전혀 없는 영화다.
과도한 음향효과 때문에 일정 부분 가슴이 두근거리긴 하겠지만, 영화 자체에서 분노나 긴박감을 느낄만한 구석은 보이지 않았고, 그건 앞뒤에서 관람하던 청년들 모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이 영화가 어떻게 다가오는지는, 조만간 내 딸아이도 친구들과 이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니, 그때 따로 알아볼 생각이다.
예전부터 ‘서울의 봄’ 그 시기에 관한 자료들을 살피면서도 항상 가졌던 아쉬움이지만, 정말 국가나 국민 개개인에게 있어 ‘인간의 삶이란 타이밍’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듯하다.
그런 점을 놓고 볼 때 이 영화는 말로는 ‘참군인’이라 지칭하면서, 우리 대한민국의 ‘참군인’이었을 반란 저지 세력을 참으로 지질하고 우유부단한 이미지로 묘사했다. (물론 국방부 장관 노재현의 쥐새끼 같은 행적은 이미 언급된 바 있고, 정승화 참모총장 체포를 재가한 최규하의 우유부단하면서도 뒤끝 있는 부분은 알려진 사실과 부합한다.)
역사에 만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만일 전두환 일당의 반란 기미를 포착했을 당시 결단을 내려서 체포했더라면….
아니 영화 끝부분에 장태완 수방사령관이 노재현의 명령을 무시하고, 반란군이 집결해 있던 수경사 30경비단을 포격했더라면….
아무튼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지.”
이게 정답이다.
당시 끝까지 저항했던 장태완·정병주·김진기 이들뿐 아니라 초반에 체포되어 감금된 정승화도, 민주 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두 복권되어 제자리를 찾았을 뿐 아니라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렸다.
하지만 당시 정병주 소장의 부관(비서실장?)이었다가 전사한 김오랑 소령(후에 중령 추서)과 헌병대 소속으로 육본 B2 벙커 초소 근무를 하던 중 반란군에 사살당한 정선엽 병장은….
김오랑 소령은 후일 중령으로 추서되고 국립묘지에 안장되긴 했지만, 쿠데타와 완벽히 거리가 먼 초소병이었을 뿐인 정선엽 병장의 경우 그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조차 없다.
재차 언급하는 바 이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이 두 가지 사실을 두고 착각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1. 영화 '서울의 봄'은, 진짜 '서울의 봄'이라 이야기하는 우리 현대사의 한 시기 전체를 조망하는 게 아닌 극히 일부분만으로 축소하여 생각하게 오판을 유도할 수 있는 영화란 점이다.
제작·연출한 쪽에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서울의 봄이란 사회적 약속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생각이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은 이 영화를 본 사람만이 마치 진보 진영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한다. (영화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어리석음이다.)
2.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살인마이자 반역자인 전두환을 희화화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전두환을 훨씬 더 착한 놈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두환 그러니까 전두광 배역을 맡은 황정민 배우가 그간 맡았던 역할이 솔직히 악역이었던 건 없지 않나?
황정민이란 배우가 영화에서 악역을 맡았던 영화라고 하더라도, 관객이 황정민의 연기를 보고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그가 악역의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탓이 아니라, 그 배역 속에는 악역이되 덜 나쁜 놈이란 그런 느낌을 숨겨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하다. 겉으로는 전두환을 반역자라 말하면서도, 곳곳에 전두환을 희화화하면서 나쁜 놈이란 이미지를 아주 많이 희석했다.)
3. "영화는 영화로 보면 되고, 아빠가(당신이) 걱정하는 그 부분은 영화를 보는 사람의 몫이지."
집사람과 딸아이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화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니, 이제 오지랖은 그만 부리라는 딸아이와 집사람의 완곡한 권고라고나 할까?
맞는 말이다.
영화를 본 사람 개개인이 느끼고 판단할 일이고, 그 이후의 결과는 그들 스스로가 책임지면 될 일이다.
단지 우리 역사가 또 한 번 뒷걸음치게 된다는 부분이야 있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꼭 한마디 하고 싶다.
진짜 '서울의 봄'은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그 '서울의 봄'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일부 지식인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민초들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기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 하나의 사건이 아닌 그 시기 그 시점이라고….
따라서 이 영화는 제목을 바꿔야 한다.
아무리 상업성을 목표로 한 영화이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 축소해서는 절대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서울의 봄'이 아닌,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룬 영화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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