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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의사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노동자?

by 나정치 2024. 2. 14.

'의사 선생님 =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굳이 아까운 시간을 이 글을 읽는데 투자할 이유가 없습니다.

mbc 방송화면 캡쳐

 

내용이 깁니다.

 

그냥 편하게 소설 읽는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부탁합니다.

 

***

 

몇 년 전 의사들의 집단행동 어쩌고 하는 이야기에,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던 적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오늘 다시 의사들은 집단행동(파업)을 예고하면서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고, 대전 모 병원 인턴이란 자는 사직을 공언했다.

 

정부에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겠다고 하는 데 대한 반발로 생겨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려 하는가?

 

그리고 의과대학 재학생과 의업에 종사하는 기존 의료인은, 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려는 일에 반대하는가?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면서 단순하고, 해답은 밥그릇 싸움일 뿐이다.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환자가 제때 수술받거나 치료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수술할 의사가 없어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골든타임을 넘겨 환자가 사망했다는 기사를 수도 없이 접하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종합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 선생이,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쓰러졌음에도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하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현장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은 사실이자 현실이다.

 

물론 이재명처럼 특별한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는, 아직 이런 걱정할 이유가 없다.

 

그런 자들은 의사를 또 병원을 골라 가면서 쇼핑할 정도의 힘이 있는 자들이고, 만약 그걸 거부한다면 의사든 병원이든 그만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

 

심지어 지금 사직하겠다든지 의사 면허를 반납하겠다고 설레발치는 작자들조차, 이재명과 같은 VIP 환자가 병원을 찾아오면 서로 담당하겠다고 난리를 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 중 대부분은, 이재명과 같은 VIP가 아니지 않나?

 

 

20년도 더 된,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이야기다.

 

호가호위(狐假虎威)’

 

나란 사람의 현재 직업은 웹소설 작가이고, 웹소설을 쓰기 전까지는 정치판 백수였다.

 

내가 모셨던 양반이 부산에서 번번이 낙선하던 정치인이었기에, 30년이란 세월 그 양반을 모셨던 나도 어쩔 수 없이 백수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정치판 백수로 지내면서 가장 경멸하던 대상이 있었고, 그 대상은 소위 말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하던 자들이었다.

 

이러던 내가 그렇게도 경멸하던 행위인,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스스로 행했던 일이 있었다.

 

내가 모셨던 그 양반이 김대중 국민의 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당시 일이다.

 

그 당시 여동생 딸인 조카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개금 백병원에서 C.M.V(거대세포 바이러스 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지금이야 의학의 발달로 치료제와 치료 방법이 개선되어 당시와 크게 달라졌겠지만, 당시만 해도 C.M.V 판정은 사망선고와 다름 없었다.

 

예전부터 그 선생님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지 못한, 당시 개금 백병원 레지던트 3년 차였던 김은 선생님이 내게 전한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할 정도이니 말이다.

 

제가 레지던트로 생활하면서 C.M.V 환자를 셋을 봤는데, 셋 모두 약제 투입 과정에서 버티지 못했습니다.”

 

당시 김은 선생님은 치료제가 독해서 쇼크로 사망할 수 있으니, 차라리 복수나 빼주면서 환아의 고통을 덜어주면서 1년이라도 살게 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주셨었다.

 

덕분에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결정인지 고민했었고,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에 조카가 혈변을 싸는 등으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게 되었다.

 

주치의셨던 김은 선생님 조언으로 조카를 급히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고, 은 선생님은 내게 서울대 어린이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는 돌려보내셔야 합니다. 그래야 서울대 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줍니다.’라고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여동생은 조카와 함께 구급차로 나는 기차로 서울대 병원으로 이동했고, 서울대 어린이병원 응급실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응급실 레지던트란 자가 개금 백병원으로 전화해서, 전원 조처한 김은 선생님께 전화해서 쌍욕을 퍼붓는 걸 내가 직접 목격한 거다.

 

하지만 당시 조카의 상태가 위급한 탓에 감히 그 레지던트 선생에게 항의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그때 서울대 어린이병원으로 전원을 결정했던 김은 선생님께 크나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김은 선생님의 조언 덕분에 조카는 무사히 입원할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정말 피 말리는 검사가 반복되었다.

 

반복되던 검사에 6개월을 갓 넘긴 조카는 울다가 지쳐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진짜 제대로 된 사건이 발생했다.

 

새벽 두 시가 넘어 겨우 잠든 조카에게 새벽 다섯 시경, 인턴 선생이 찾아와 채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애 재운 지 겨우 두 시간 지났습니다. 채혈을 아침에 할 순 없겠습니까?”

교수님 회진 전에 채혈해서 검사 결과를 보고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어쩔 수 없이 채혈에 동의했고, 인턴 선생답게 몇 차례 실패 끝에 채혈에 성공할 수 있었다.

 

덕분에 겨우 잠들었던 조카가 저지르지는 울음을 터트린 건 덤이었고.

 

그런데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 목 보관 잘하소!”

?”

보시다시피 이제 혈관 찌를 곳도 없잖습니까?”

 

순간 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목구멍으로 치솟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나보다도 훨씬 더 속이 엉망일 여동생 앞에서 뭐라고 하진 못하고, 나는 인턴 선생을 뒤따라 나가 복도에서 그를 불렀다.

 

선생님. 조금 전에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 목 보관 잘하라고 했잖아요.”

그게 의사 선생이라는 사람이,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 보호자에게 하실 수 있는 말입니까?”

내 말이 아니꼬우면 퇴원하소.”

 

확인하진 못했지만, 그가 사용하던 사투리를 생각하면 인턴 그 친구가 부산 출신이 맞았을 거다.

 

아무튼 퇴원하소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 인턴의 멱살을 잡았고, 인턴을 끌다시피 해서 의국으로 향했다.

 

지금도 의아했던 점은 인턴 그 친구의 키와 덩치가 나보다 훨씬 더 컸었는데, 어떻게 내가 그 친구 멱살을 잡고 의국까지 끌고 갔었는지는 의문이다.

 

의국 문을 벌컥 열어젖히자, 의국에서 휴식을 취하던 의사 선생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고, 난 그들 앞에 그 인턴을 내팽개쳤다.

 

선생님께서 의국장이십니까?”

. 제가 치프가 맞습니다.”

이런 놈도 히포크라테스 선서하고 의사 면허를 받았겠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라는 서울대 병원에, 이런 의사 같지도 않은 놈이 의사 가운을 걸치고 있다니 정말.”

 

그 인턴 놈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조금 전 병실에서 있었던 일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원래 인간이 분노가 극에 달하면 오히려 차분해지는 법 아닌가?

 

그렇게 의국에서 한바탕 쏟아붓고도 분노가 완전히 가시질 않아,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렇게 담배 연기를 몇 모금 빨아들이고 나니 정신이 조금 돌아왔고, 그때 영감 생각이 났다.

 

장관님 일정은 보안 사항입니다.”

 

장관실 당직자가 누군지 모르고 일정이 보안 사항이라고 하니 그에게 더는 물어볼 수 없는 노릇이어서, 나는 인수위 시절 영감이 식구로 받아들인 보좌관에게 전화했다.

 

지금 장관님 모시러 가는 중입니다.”

 

영감을 바꿔 달랬더니 아직 영감 댁에 도착 전이라기에, 나는 보좌관에게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마치 일러바치듯 다다닥 떠들었다.

 

선배. 잠깐만요.”

?”

서울대 병원은 행자부 소관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입니다.”

 

내가 다다닥 내뱉던 말을 듣고 있던 보좌관이 내 말을 중단시키면서, 서울대 병원이 행자부 소관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순간 화난 마음에 똥오줌조차 가리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화도 났고 짜증이 치밀어 올라, 무어라 말하는 보좌관의 말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허탈함이 밀려왔고 더는 내가 이곳 서울에서 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여동생에게 부산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기차를 탔다.

 

 

오빠. 조금 전에 병원장이라는 분이 오셔서, 장관님하고 어떤 관계인지 물었어요.”

뭐라고 했는데?”

모른다고 했어요.”

잘했다. 다른 말은 없었고?”

주치의 선생을, 그 인턴에서 레지던트 여자 선생님으로 바꿔주셨어요.”

 

부산역에 도착해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데 여동생에게 전화가 걸려 왔고, 여동생 말을 들어보니 무력감에 빠져 내가 부산으로 내려오는 그 시각에 무언가 조치가 취해졌던 모양이다.

 

사실 여기서 내가 내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내가 후배인 보좌관과 통화하면서 서울대 병원에 내 조카가 입원해 있고, 새벽에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면서 분노만 표했을 뿐, 환자인 조카에 관해서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 보좌관이 어떤 경로를 통해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청탁(또는 경고)했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는 부산을 주소지로 둔 그리고 내 성씨인 이씨 성을 가진 환자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내가 부산으로 내려오던 다섯 시간이란 짧은 시간에, 주소지가 부산이 아닌 경북 Y군, 또 성씨도 이씨가 아닌 박 씨 성인 환자를 찾아냈다는 점이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은 의사만 2,000명에 가까울 정도로, 지방의 웬만한 종합병원 규모를 넘어서는 엄청난 규모다.)

 

 

 

***

 

내가 이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은 이유는 다른 게 없다.

 

의사 집단 중에서 의사의 본업에 충실한 의사 선생님도 많지만, 의사 중에서도 정치질에 특화된 의사도 많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지금 의대 정원 늘이는 일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의사란 작자들처럼 말이다.

 

 

나는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정부에서,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내과 산부인과 등 소위 기피 학과라 낙인찍힌 의학과 의사 선생님들 이야기도 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다.

 

그 선생님들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일을 반대할까?

 

매년 전공의를 모집할 때마다 반복되는 미달 사태, 그걸 해결할 방안을 이번 기회에 찾아볼 수는 없을까?

 

의사 정원을 늘리되, 기피 학과라 불리는 의학과 수련의와 전공의에 한해서는, 인기 학과와 다른 특혜에 가까운 혜택을 부여할 수는 없을까?

 

오지(奧地) 근무는 가정적인 문제도 존재할 수 있으니 억지로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 부분은 공중보건의 또는 군의관 지원자를 적절히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도시 근무를 원하는 의사 중에서, 진짜 의사 인력 증원이 필요한 의학과는 분명히 존재하니, 그 의학과 의료 인력을 양성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아니라 2만 명을 증원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모두 기피 학과라는 외과 계열은 피하려 할 테니 말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의대에 지원하고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개원하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가 많아지는 건, 내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들은 그들끼리 밥그릇 싸움하게 놔두면 될 일이고, 능력 없는 자들은 알아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단지 의대 정원을 늘이는 걸 찬성하는 처지에서, 이번 의대 정원 증원이 국민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증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의료 현장의 기형화된 그 현실을, 이번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의료 현장을 정상으로 돌리는 그런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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