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정치

쪽팔리게 생겼다. (feat 이재명)

by 나정치 2023. 3. 23.

 

12대 국회의원총선거가 끝이 난 후 서울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여의도요."

"부산서 왔습니까?"

"어떻게 아세요?"

"억양이 부산사람 같아서요."

 

서울역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택시 요금을 굳힌 날이다.

 

다들 알다시피 12대 총선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집권하던 시절이었고, 당시 관제 야당이라 불렸던 민한당(민주한국당)이 관제 야당의 틀을 벗어나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던 시기다. (12대 총선이 신민당(신한민주당)이 압승했고, 그 결과 12대 총선 후 민한당은 해산되었다.)

 

당시 국민들은 신민당의 약진에 환호했었고, 특히 부산의 경우 12석 중에서 신민당 6석 그리고 신민당 공천(2인 선출 지역이지만, 신민당 자체적인 판단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겁을 낸 탓에 공천을 주지 못한 결과다.)을 받지 못해 부득이하게 민한당으로 출마해서 당선된 3석, 이렇게 9석을 차지해 부산판을 석권해서 전국민의 환호를 받았었다.

 

그런 이유로 일면식도 없던 서울의 택시 기사분께서, 내게 택시 요금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신한민주당은 진보성향의 정당으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딱히 진보진영의 의사를 대변할 정당이 없었기에 권영길의 국민승리 21이 창당되기 전까지는, 민주당 이외에는 우리 국민에게 대안이 없었다. (물론 국민승리 21 창당 전에도 민중당을 위시한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있기는 했지만, 대중정당으로 자리잡지 못했기에 언급하지 않는다.) 

 

아무튼 국민승리 21이 창당되고 후에 민주노동당으로 그리고 그 민주노동당이 분화하여 통합진보당을 창당하게 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 우리 정당사에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민주당은 공화당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계열의 정당과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된다.

 

진보진영은 민주노동당과 진보당이 차지하고 있으니, 이제 민주당은 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공략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민주당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싸워왔고 그 과정에서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패한 보수 정당에 비교해서 상대적인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점이다.

 

상대적인 도덕적인 우위......

 

이게 우리 민주당이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인정받고, 그 유권자들 덕분에 제1당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데 그 명분을 완전히 상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아래 기사 때문이다.

 

https://v.daum.net/v/20230323151907668 <--- "이재명처럼 지저분하게 살지 않겠다." 與 52명,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물론 저런 서약은 아주 간교할 정도로 계산된 퍼포먼스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수일 내로 의결하게 될 국민의힘 하영제 체포 동의안을 염두에 둔 퍼포먼스임 또한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이야 이번 퍼포먼스를 지극히 전략적 사고에서 비롯된 꼼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국민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에도 양심이 있는 놈이 많다고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불체포 특권을 차고 넘칠 정도로 이용한 이재명에 관해서는, 지극히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낙인 찍게 될 것이고, 덩달아 우리 민주당 또한 부도덕한 정당으로 매도 당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

 

지금까지 역대 선거에서 보수정당(국민의힘, 새누리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 민정당)을 상대로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수정당 = 부패한 정당, 민주당 = 나름 도덕적이면서 깨끗한 정당)이란 이미지 덕분이었는데, 이젠 우리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도덕적 우위라고 주장할 근거를 빼앗겼다는 점이다.

 

더구나 어제 당헌80조 규정을 악용해가면서까지, 현재의 민주당이 이재명의 私黨이 되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기까지 했으니.....

 

연일 윤석열의 헛발질과 국민의힘 내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하나 때문에 내년 총선이 참 어렵게 치러질 것이란 암담함과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지금은 내가 이런 헛소리나 늘어 놓을 때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원고를 써야 할 시간인데.....

 

https://blog.munpia.com/debs01/novel/265358 <--- 반골, 세상을 바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