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진중권이 위에 언급한 말 말고, 또다른 어떤 말을 했는지 모른다. (사실 크게 관심을 가지는 인물도 아니다.)
그런데 정파적 측면을 떠나 현재 우리 농촌의 실상을 보면, 진중권의 저 발언은 그다지 틀린 내용이 없다.
개인적으로 내 고향은 경북 선산군이고, 그 지역 역시 농업을 주업으로 하고 사는 지역이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엔 동네에 또래도 많았고 동생들도 제법 많아, 매일 해가질 저녁 무렵이면 엄마들이 자기 자식을 부르는 소리, 그렇게 저녁을 먹으라고 불렀음에도 노는데 빠져 늦게 들어갔다가 부모님께 맞아 우는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 했었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 시골에는 어린 아이가 있었고 또 아기 울음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동네에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워졌고, 동네에 20대 청년 보기가 어려워졌다.
어쩌면 그때부터 나도 시골에 가는 일에 대해, 그다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기 시작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가봐야 이야기 할 또래가 없으니.....)
매해 벌초 때문에 시골에 간다.
그런데 내가 살던 동네 곳곳이, 주인 잃은 폐가로 방치되어 있다.
원래 살던 주인 어르신 내외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굳이 그 집에 돌아올 일이 없으니, 기껏 벌초나 성묘를 하러 왔다가도 산소만 들렀다가 바로 사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폐가가 되어버린 집을 팔려고 내놓아봐야, 그 집을 사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튼 내 고향 경북 선산군의 그 마을과 이웃 마을의 현실은, 40대조차 찾아보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내 고향집이 있는 그 동네 주변에 대여섯 동네가 떨어져 있는데, 면 소재지가 아닌 다른 동네에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아무도 없다고 들었다.
내 또래조차 찾기 힘든 동네에서 40대 청년(?)을 찾는다는 일을 두고, 바로 연목구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덕분에 예전 내가 어린시절 농사일을 돕는답시고 따라다녔던 밭과 논 대부분은 그냥 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심지어 산밑에 개간해서 사용하던 밭은 이미 숲이 되어버린 실정이다.
(참고로 경북지역 특히 선산군(구미시) 일대는 박정희 정권시절부터 혜택을 많이 받은 덕분에, 다른 지역 시골보다 훨씬 더 개발이 많이 이루어진 지역이다.)
진중권은 이런 농촌의 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 것이다.
머리가 허연 70대 노인이 트랙터를 몰면서 농사일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가?
통계로 나온 것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매해 60대 이상 노인이 경운기 사고로 다치고 사망하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다. (내 이모부님께서도 7년 전에 언덕을 올라가다가 경운기 핸들이 꺾여 돌아가셨다.)
모르긴 해도 앞으로 10년 멀리 잡아도 20년 후쯤에는, 우리 농촌에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그걸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농사를 짓는 지역은, 그나마 규모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농사를 짓더라도, 그 외국인을 고용할 청년(농업을 기업화해서 경영할 수 있는)들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니 정부의 정책 또한 눈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조금 더 멀리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얼마전 언급한 조수진의 헛소리도 웃기는 소리지만, 농업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중권의 말을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이정미 또한 현실을 전혀 모르는 무식함이다.
현재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민에게 필요한 것은, 양곡법이 아니라 나를 대신해서 농사를 지어줄 사람이나 아니면 아예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농토를 사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길 기대한다.
소작.....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소작이란 표현 대신에 '하리 땅'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내가 집안의 장손이다 보니, 집안 제사를 모시는 몫으로 많지는 않지만 내 앞으로 된 땅이 있다.(그렇다고 내 명의로 등기를 할 수는 없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농토를 보유할 수 없는 법이 있어서, 여든이 다 되어 가시는 숙모님 명의로 되어 있다.)
그 땅을 30년 전부터 '하리 땅' 그러니까 소작을 줬고, 매년 가을에 일정액의 쌀값을 받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을에 대신 농사를 지어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졌고 결국 농협에 부탁해서 농사를 대신 짓게 했는데, 이젠 농협에서조차 대신 농사를 지어줄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니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대표지만, 대한민국 정부 또한 남아 있는 농민을 어떻게 먹여살릴 것인지도 고민해야겠지만, 놀고 있는 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또한 필수다.
농사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기계만 있다고 농사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농사 또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일이고, 제대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사를 지을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그러니 그런 기간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농업인을 양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농촌에 지원하고 있는 모든 혜택을, 청년들이 메리트를 느낄 수 있게 전환하는 방안 또한 요구된다.
사실 이 내용 또한 현재 연재 중인 '반골, 세상을 바꾸다.'에 언급된 내용이다.
식량 안보 차원에서, 북한 땅 통천군에 농장을 지어서 밀과 콩을 재배하고, 조만간 북한 전역으로 무대를 바꾸게 될 예정이다.
https://blog.munpia.com/debs01/novel/265358 <--- 반골, 세상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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