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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의 이야기

대한체육회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feat : 안세영)

by 나정치 2024. 8. 18.

안세영 선수 측의 고민이 깊어지는 듯하다.

 

안세영 선수 소속팀이 삼성그룹의 주관사 격인 삼성생명이기에, 정부 또는 대한체육회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지 간에 삼성생명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을 거라 예상한다.

 

기업이 아마추어팀을 운영하는 이유는 기업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소속팀 구성원이 부당한 처우를 당한 상황에서 가만히 침묵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그랬기에 나는 안세영 선수가 파리에서 출발하면서 한 발언에 주목했고, 귀국 후 삼성 법무팀을 동원해서 일련의 전개 과정을 공개하면서 배드민턴 협회를 공격하리라 예상했었다.

 

그랬기에 나는 현재 침묵 기조를 유지하는 삼성그룹의 속내가 매우 궁금하다.

 

물들어 왔을 때, 노 젓는다.’

 

삼성으로서는 안세영 선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이 시점이 배드민턴 협회를 공격할 기회일 것인데, 안세영 선수 개인을 통해 찔끔찔끔 한 마디씩 토해내는 현실이 의아하기만 하다.

 

 

페이스북에서 나는 혹시 안세영 선수가 국내 체육계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예전 몇몇 선수처럼 외국으로 귀화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었다.

 

그래도 삼성 소속인데.’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만일 삼성의 태도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어쩌면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귀화 또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국가대표.......

 

진천 선수촌에는 수많은 선수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땀흘려 훈련하고 있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땀흘려 훈련에 임하는 이유 또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70년대 80년대 선수들에게 왜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느냐고 묻는다면, 조국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며, 금메달을 조국에 바치겠다고 말할 선수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2024년 현재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몇 명의 선수가 조국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대답할까?

 

운동선수도 우리와 같은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이고, 운동을 하는 그게 운동선수의 직업이다.

 

우리 국민이 직업을 가지는 목적이나 이유가 무엇인가?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돈을 많이 벌든지 명예를 얻든지 하는 목적 아닌가?

 

그런 목적으로 부모들은 자녀를 향해 열심히 공부하라고 재촉하고, 심지어 어떤 부모는 자기가 비천하게 여기는 직업군의 사람을 지목하면서, ‘공부 못하면 저런 사람처럼 돼라며 말하는 실수까지 저지르곤 한다.

 

부모가 자식을 의사나 판검사를 만들려 하는 이유도, 바로 돈을 많이 벌게 해서 자식의 미래를 좀 더 편하고 밝게 해주려는 목적이다.

 

돈이 최고란 말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최소한 돈이라도 많으면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부모들이 몸으로 체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또는 아이돌을 꿈꾸는 청년들이 자신의 청년기를 내던지다시피 하면서, 운동에 또 춤과 노래에 빠지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운동선수나 아이돌을 꿈꾸는 청년들의 공부는, 책이 아니라 운동이고 노래와 춤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도 편안히 쉬지 못하고 공부에 매달린 상황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그 결과가 원하던 의사도 판검사도 되지 못하고 좌절하는 청년이 한둘이 아니듯, 운동이나 춤과 노래에 매진했던 청년들 또한 꿈꾸는 스타 선수나 아이돌 스타가 되지 못하고 좌절하는 청년이 대부분이다.

 

결국 방향만 달랐을 뿐 열심히 노력하는 것, 또 성공은 선택받은 몇몇에 한정된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안세영 선수는, 수많은 운동선수 중에서 성공한 경우다.

 

국가대표로 선발되려고 애쓰는 선수 중에서 국가대표로 선택되었고, 지난해부터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그 기량을 인정받았다.

 

거기에다 안세영 선수는 전 세계 운동선수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하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하지 않았나.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명성과 돈이 손안에 들어온다고 생각될 위치에서, 왜 스스로 얼굴에 똥물을 끼얹었다고 할 수 있는 폭탄 발언을 했을까?

 

아니 왜 할 수밖에 없었을까?

 

안세영 선수는 현재의 자신이 선수로서 절정기라고 생각지 않고, 앞으로 더 나은 선수 생활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현재 국가대표 체제에서는 그게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대한민국 체육계와 체육 지도자들의 각성을 요구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돈 문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운동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운동이 좋아서 한다면 굳이 국가대표 선발에 목을 맬 이유도 없이, 그냥 동네 또래들과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체육시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운동선수로 활동하는 청년들 대부분은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아 국가대표가 되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어, 그때 따라올 부()와 명성을 쥐겠다는 목적이다.

 

그걸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의사나 판검사가 되려는 청년을 탓해선 안 되듯이, 돈과 명성을 손에 쥐겠다는 일념으로 운동에 전념한 청년 또한 탓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운동선수는 의사나 판검사와 달리, 체력적인 이유로 활동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이다.

 

개개인이 다르겠지만 운동선수 대부분은 30대에 접어들면 체력을 걱정하는 법이고,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법이다.

 

그 말은 결국 그들이 운동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끝이 보인다는 뜻이고, 그 시기가 오기 전에 남들이 사회활동을 하면서 버는 돈만큼 돈을 벌어둬야 한다는 의미다.

 

아마 이 부분에서 안세영 선수가 폭발했을 수도 있다.

 

현재 22살인 안세영 선수가 27살이 될 때까지는 소속팀에서 받는 월급, 국가대표팀으로 활동하면서 받는 수당, 그리고 각종 대회에서 순위에 들면 받게 되는 상금이 수익의 전부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을 것이다.

 

스스로 밝힌 사실처럼, 안세영 선수의 무릎 상태는 엉망이다.

 

선수에게 몸이 재산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재활훈련을 국가대표팀 감독이 막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었다.

 

아마 감독의 그 말이 안세영 선수에게는 이렇게 들렸을 것이다.

 

네 몸이 작살 나든지 말든지, 내가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있을 때, 올림픽에 가서 금메달을 따라!”

 

만일 재활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파리 올림픽 전에 무릎이 작살나서, 안세영 선수의 선수 생명이 끝났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줄 것인가?

 

누구도 책임을 대신 져줄 사람이 없다.

 

결국 안세영 선수 혼자 그 책임을 오롯이 안고 갈 수밖에 없고, 평생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후회하며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안세영 선수 한 사람으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운동선수에게 해당하는 사안이다.

 

 

 

 

자칭 선배라는 방수현이 안세영 선수를 향해, 누가 국가대표 하라고 억지로 등 떠밀었냐고 말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선배답지 못한 발언이고 그보다도 더 가관인 사실은, 안세영 선수가 불만을 토로하던 인터뷰 직후 보였던 방수현의 발언과는 뉘앙스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나는 방수현의 저 발언에는, 배드민턴 협회나 대한체육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아니면 지금 차지하고 있는 방송 해설위원 자리라도, 협회의 방해 없이 계속하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문광부와 대한체육회에서 안세영 선수 건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배드민턴 협회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입장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발언을 고려하면 이미 나온 것과 다름없다.

 

결국 안세영 선수가 기댈 곳이라고는, 지극히 정치적인 판단과 여론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문광부의 판단이다.

 

대한체육회. 정말 요즘 세대 표현으로 노답이다.

 

 

 

예전 김정길 전 장관이 대한체육회장직 재임 중, 내가 당 게시판과 내 개인 블로그에서 복마전(伏魔殿)이란 표현을 사용한 적 있다.

 

내가 체육 쪽으로는 문외한이어서 김정길 전 장관이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걸 반대했고, 심지어 김정길 전 장관이 대한체육회장 임기 중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에, 나 또한 김정길 전 장관과 결별하다시피 했었다.

 

오죽했으면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서울을 왕래했으면서, 대한체육회장 임기 중 딱 한 번 체육회장실을 찾았을 정도겠는가?


그런데도 김 전 장관의 행보에 관심을 놓지 못했던 게, 대한체육회 내에 김정길 회장의 편이 아무도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부 부처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수많은 적폐와 맞닥뜨렸던 것처럼, 김정길 또한 체육계 내부의 적폐 세력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처지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취임 초기인 5월에 체육계 내부에 횡행하는 폭력 사태 근절을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선수와 지도자를 모아 명랑한 훈련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결의 대회를 열고, ‘선수보호위원회 및 선수고충처리센터를 만들어 평가에 따라 해당 단체를 제재할 기구를 만들었겠는가?

 

만일 이 제도가 김정길 전 대한체육회장 자진 사퇴 후에도 제대로 운영되기만 했더라도, 이번 안세영 선수의 폭로성 인터뷰는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