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사실 이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언젠가 터질 일이 터졌지만 하필이면 왜 민주당에서 터졌나 하는 정도였다.
실제 제대로 파고 들어가면,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서 훨씬 더 많은 돈 봉투가 굴러다니고 그 금액 또한 훨씬 더 거액이 돌아다닌다는 게, 정치판 생리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다.
그리고 사안이 터진 지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 민주당에 용기 있는 현역 국회의원이 진짜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신정훈 의원이 ‘나는 돈 봉투 안 받아’라고 하면서 자기 고백하긴 했지만, 사안을 대하는 정치인의 발언으로 보기엔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그만인 ‘단순한 자기 고백….’, 그 정도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양당 소속 국회의원 중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정치권 특히 전당대회와 대선후보 경선에서 굴러다니는 돈 봉투의 실체에 대한 폭로가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다.
그런데 재수 없으면 혼자 독박을 쓸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 모양인지, 폭로 대신에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우 이번 돈 봉투 건은, 당 차원에서 적극적이면서 공세적인 대응이 필요했던 사안이다.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 지난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 전원, 그리고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보 전체의 자금 집행 내역에 관한 전수조사 요구다.
정당 밥을 10년 정도만 먹은 사람이라면,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에 얼마나 많은 숫자의 돈 봉투가 굴러다니고, 얼마나 엄청난 금액의 돈이 뿌려지는지 대부분 안다.
그리고 그건 상식에 해당하는 말이다.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거나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문제가 바로 조직과 관련한 사안이다.
그런데 그 조직을 갖추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의 출처는 어디겠는가?
지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둬서 선거를 준비하는 사무실을 갖추고, 또 여직원을 고용하고 선거를 돕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에게 음료와 다과를 대접한다고?
그리고 전국 각 지역에 설치한 그 사무실에서 지역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지지자들이, 돈을 전혀 받지 않고 밥까지 자기 돈으로 사서 먹으면서 자발적으로 그 일을 한다고?
한 마디로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다!
물론 ‘나는 선거(경선을)를 도우면서 밥 한 끼 얻어먹은 적이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남의 배 불리는 일을 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지 위에서는 조직을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내려보냈지만, 조직을 관리하는 책임자(돈을 받은 사람이)가 중간에 배달 사고를 일으켰든지, 아니면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좀 더 비싼 밥을 사 먹였든지 했을 테니까.
(내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왕따 아닌 왕따 노릇을 자처했기에, 누구보다도 이 문제는 잘 안다.)
아무튼 전국 단위 선거(경선을)를 치르기 위해서는, 출전 선수 호주머니에서 직접 돈이 나오든지 아니면 그 선수가 당선된 이후 이권을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후원하는, 후원자 누군가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어떤 미친놈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가 하는 소리를 듣겠다고, 자기 시간을 쪼개서 밥먹는 자리에 참석하고 또 그 밥값을 제 호주머니에서 꺼내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는 일이다.
그랬기에 나는 이번 이정근으로부터 시작된 돈 봉투 사건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의 역대 당 지도부 또한 절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
ep. 1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억하겠지만, 나는 30년 넘는 기간을 한 정치인을 보좌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 양반에게는 아주 큰 약점이 있다.
정치적인 능력 그러니까 정치력은 대한민국 그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 정치인이었지만, 지역 정서뿐 아니라 그가 가진 그 약점 때문에, 대외적으로 성공한 정치인은 되지 못했다. (될 수 없었다가 정답일 것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정치판 사람들이 그 양반에게 가지는 이미지는 딱 두 가지다.
하나. 아주 괜찮은, 그래서 항상 낙선만 하는 모습이 안타까운 정치인.
둘. 실컷 일 시키고, 챙겨주지도 않는 나쁜 놈.
심지어 본인 입으로 스스로 그 양반을 모셨다고 하던 후배 중에도, 두 번째 이유로 그 양반을 욕하고 다니는 사람을 본 게 한두 번도 아니다.
물론 돈 씀씀이가 짜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솔직히 내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정말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과 앞으로 정치를 해나가는 데 있어 그 돈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까 그것을 겁낼 정도로 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7대 총선 때부터 선거를 돕겠다고 찾아온 사람에게 각서를 받았었다. (심지어 당시 받은 각서를 엮은 서류철을, 선거사무실 벽에 걸어두었다. 각서엔 자원봉사자에게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는 다과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17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그 양반을 욕하는 말은 내 귀에 들려왔었다.
당시 조직을 담당하겠다며 찾아온 사람들이 매일 입당원서를 수십 장씩 접수했고, 선거가 끝난 후 입당원서 숫자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었으니. (이 문제 또한 그자들이 받아온 입당원서를 사무 보조로 바쁜 여직원에게 입력을 강요하는 통에 그걸 말리는 과정에서 내가 그자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었고, 그 자리에서 입당원서 만 장을 받아오더라도 단돈 만 원도 줄 수 없다고 대답했었다. 참고로 당시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은 입당원서 1장에 3만 원, 민주당(열린우리당)은 1만 원씩 거래(?)되곤 했던 시절이다.)
아무튼 정치판 특히 선거판에서 그 양반처럼 돈을 쓰지 않으면, 아무 잘못이 없더라도 뒤로 욕을 듣게 되어 있다.
*****
어제 예전 함께 일했던 후배와 함께 기장엘 갔었다.
도중 기장군 국민의힘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외벽의 현수막을 보고 부끄럽기보다 화가 났다.
송영길을 변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런데 까놓고 300명 현역 국회의원과 역대 국회의원 중, 돈 문제에 관해 떳떳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특히 전국 단위 선거(또는 경선)에 출마한 사람 중에 자기 돈이든 후원자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든, 이번 송영길과 비슷한 형태로 돈을 쓰지 않은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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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김정길이 출마해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일이 무슨 자랑이라고 내용에 포함하냐는 말도 나오겠지만, 위 동영상 첫 부분에 나오는 것처럼 김정길의 대선후보 예비경선 출마는 지극히 계산된 출마였다.
(실제 김정길의 대선 출마는, 2012년 5월 말에 포기했다고 하는 것이 정답이 될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는 출마는 헛돈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니까.)
사실 나는 김정길의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고, 계산대로라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었던 게임이다.
그런데 장애물로 등장한 문제가, 앞에 언급한(ep. 1) 내용처럼 김정길이 대선 출마 의지는 있었지만 합법적이지 않은 돈을 쓰는 것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점이다.
그래서 결국 돈 문제 때문에 경선 참여를 포기했었고, 이후 갑작스레 동영상 내용처럼 경선 비용 1억을 엿 사 먹는 결정을 하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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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내 경선에서 통과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의 조직을 구성하는 게 필수요소다.
250여 개에 달하는 전국의 선거구(지역위원회) 중 일정 숫자의 지역위원회를 우리 쪽으로 포섭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각 지역위원회에 속한 대의원과 당원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전국을 순회하는 누군가에게 들어가는 경비뿐 아니라, 각 지역위원회 지역위원장과 최소한 상무위원과 대의원을 모아서, 그들에게 밥이라도 한 끼 먹여야 하는 법이다.
한 지역구에 대의원에게만 밥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는 기천 명에 달하며, 욕을 먹을 각오하고 고기 대신에 5,000원짜리 돼지국밥을 한 그릇을 먹인다고 하더라도, 그 밥값만 해도 2천만 원 가까운 금액이 나온다.
그리고 그 대의원과 당원 중에서 자기 쪽에 호감을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지역에 조직을 구축하고, 그들의 활동 근거지가 될 사무실이라도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의 돈이 필요하겠는가?
웬만한 위치의 사무실이라면 최소 월 50~100만 원 정도의 임대료가 필요할 것이고, 손님이 방문하면 접대할 다과류와 공과금 등을 비롯한 소소하게 지출되는 돈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거기에다 자기 쪽에 호감을 보여서 돕겠다고 나선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상근하는 그 사람들이 먹고살게는 해줘야 하지 않는가?
몇백만 원씩을 주진 못해도, 한 사람당 최소한 매월 100만 원 정도의 활동비는 필수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는가?
그렇다고 그 돈이 중앙선관위에서 보전해주는 돈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기 전에는, 대선후보로서 본 선거 전의 활동뿐 아니라 당내 경선에서조차 이길 준비조차 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꼰대 같은 소리라고 욕을 듣긴 하겠지만, 나는 대한민국 공직선거법부터 개정해야 한다는 쪽이다.
미국처럼 드러내놓고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식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또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최단기간 대통령 선거 준비를 하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한, 윤석열의 선거운동 기간에 행했던 일은 문제가 없을 것 같은가?
윤석열이 국민의힘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윤석열은 전국에 따로 조직을 두지 않고 오로지 혼자 전국을 순회하면서 악수만 하고 다녔을까?
그리고 지금 국민의힘 당 대표인 김기현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전국에 아무런 조직도 마련하지 않고 경선에서 이겼을까?
설령 자기만의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내 경선에 출마한 여야후보 대부분은 전국 각 지역의 당협을 방문해서, 대의원과 당원들과 밥을 먹는 등의 자리를 가졌을 것이다.
그때 밥값은 누가 냈을까?
후원자가 없다면 후보 측근을 시켜서 내게 했을 것이고, 그런 후보라면 전국 순회는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밥값만 해도 수천만 원이 들어가고 경선 비용으로 1억이 필요한데, 당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돈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을 만나고 다닐 수 있겠는가?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그리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내가 위에서 말한 내용 정도는 누구나 다 안다.
아니 저런 사실조차 모른다면, 그자는 정말 멍청한 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신정훈 의원의 발언을 좋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겁내지 말라!
그리고 당신이야 정말 남몰래 그리고 당신 혼자만 돈을 썼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당신처럼 모두 돈을 몰래 쓰고,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당신들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돈을 썼다고 말이다.
그러니 최소한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유력 후보, 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에 출마했던 유력 후보 모두에 대한 전수조사를 제안하라!
판이 커지면 검찰도 뒷감당이 어렵다는 판단에, 사건을 아예 덮어버리는 법이다.
그 말 많던 부산저축은행 사건도 그리고 엘시티 건도, 심지어 대장동 사건 또한 이재명의 일탈 정도로 마무리하려 하지 않는가 말이다.
왜 대장동 사건에서 진짜 이익을 챙긴 자들, 그러니까 50억 클럽이란 자들에 대한 수사는 변죽만 울리고 마느냐는 말인가?
그리고 무슨 이유로 이정근이 녹취파일을 검찰에 제공하게 되었는지, 그 점에 집중해서 검찰의 부도덕함을 파헤칠 일이다.
끝으로 이정근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뭔가 배우더라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도 예전에는 휴대전화를 두 대를 들고 다녔고(0608번과 5090번), 정치판 사람 중 찜찜한 사람을 만날 때는 항상 녹음하는 게 일상이었다. (내가 하지도 않았던 말을 했다고 우겨서, 나를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녹음 파일을 상대를 협박할 용도가 없다면, 그 녹음 파일의 시효는 분명히 있는 법이다.
그 모든 녹음 내용을 수년이 지나도록 휴대전화에 남겨두고, 그 휴대전화를 파기하지 않은 이유가 의아할 뿐이다.
아무튼 결론은 송영길(이재명도 마찬가지다.)이 제대로 된 사람을 파트너로 쓰지 못했다는 점이고, 송영길이 재수가 없어도 더럽게 없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모두가 하는 일을 했는데 이렇게 송영길만, 정치생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으니 말이다.
***
여담이지만 내가 문피아에서 연재 중인 '반골, 세상을 바꾸다.' 주인공인 이수찬은, 공직선거법이 얼마나 무서운 법인줄 잘 알면서도, 돈을 열심히 잘 쓴다.
그것도 절대 들키지 않고..... 그리고 그렇게 돈을 쓰는 법을 모르는 자라면 아예 대권 도전은 꿈도 꾸지 않는게 옳다.
https://blog.munpia.com/debs01/novel/265358 <--- 반골, 세상을 바꾸다.
아래 영상은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상태에서 대선 상대를 박근혜로 가정하고, 19대 총선을 예행 연습삼아 치렀던 준비 물 중의 하나입니다. (19대 총선 역시 99% 패배가 확실 했으니, 지더라도 화끈하게 지자는 생각에..... 메인 로고송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편곡한 것이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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