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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三無(정책, 전략, 야성)의 민주당

by 나정치 2023. 11. 5.

 

민주당 당원 노릇을 40년 하면서, 지금의 민주당 같은 민주당은 처음 본다는 생각이다.

 

겨우 7(후일 8)의 꼬마민주당 시절에도, 민주당은 국민께 대안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었다.

 

꼬마민주당의 정치적 위상은 이후 DJ가 주축이 되어 창당한, 신민주연합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여실히 증명되었다.

 

겨우 8석에 불과한 꼬마민주당과 합당하면서 DJ는 초대 원내총무로, 꼬마민주당 원내총무였던 김정길을 임명할 정도였다. (당시 당3역인 원내총무,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의 위상은 현재 당 원내대표나 정책위 의장 또 당 사무총장과는 위상이 천양지차다.)

 

나도 해산한 노사모 회원 중 하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즈음의 노무현은 그냥 파릇파릇한 그러면서 강단 있는 정치신인이었을 뿐이다. (3당 야합 이후 14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정길·노무현 두 양반이 정치적 생명을 이어갈 기회가 바로 당 최고위원 경선이었다. 당시 기사에도 상세히 언급되어 있었지만, 김정길의 최고위원 1위 당선은 거의 확정적이었다. 그런데 웃기게도 김정길은 당시 최고위원 경선에서 낙선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설레발이었는데, ‘나는 무조건 당선 확정이니 여러분이 지지하는 분에게 한 표를 주고, 나를 찍어주시려고 한 표를 노무현에게 주세요.’라 설레발치면서 전국을 순회했던 결과다. 당시 기사에 노무현은 결과에 대해 부담스러워했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매우 안타까워했다는 내용이 지금도 남아 있다.)

 

 

각설하고.

 

근래 국민의힘 일부에서 제기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문제는 우리 민주당이 국민의힘에서 툭 던진 그걸 두고, 어떻게 할 것인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한다는 점이다.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지극히 단순하고 명쾌한 해답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민주당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민주연구원조차 그 원칙을 망각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 민주당 정책 중에 지방 분권이란 정책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현재 서울시는 과포화 상태고 김포를 서울시에 포함하든 아니든지 간에, 수도권 전역이 준()서울 화 되었음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한 김포의 서울 편입은, 지방 분권 정책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지방을 완전히 고사하려는 작전일 뿐이다.

 

그런데 사실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찬성할 수 없는 제안이기도 하다.

 

아무리 전국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의 인구가 인구의 1/4이 넘는다고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던진 그 제안은 서울시민조차 반기지 않을 정책 아닌 말장난일 뿐이다.

 

어쩌면 오는 4월 실시될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아젠다(agenda)를 선점하지 않고는 필패가 예상되니, 궁여지책으로 툭 던지고서는 국민(특히 수도권 주민) 여론을 분열하려는 책동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왜 국민의힘에 끌려다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원칙을 망각한. 이미 이재명의 개인 사당이 된 상황에서, 이재명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떤 말인가 하고, 이재명 입만 바라보고 있는 탓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본분을 망각한 행위이면서, 부끄러워해야 할 사안이다.

 

원칙에 충실하라!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김포시민의 여론이 국민의힘으로 쏠릴 이유가 없다.

 

그리고 설령 김포 2석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기존 정책인 지방 분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어리석음이다.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방은 고사(枯死) 직전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이 죽으면, 대한민국 또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왜 대의(大義)를 망각하는가?

 

300석 국회 의석 중 2석을 잃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2석이 아까워서 해야 할 말조차 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은 결국 국민에게 버림받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내년 4월 총선. 정동영 전 의장을 비롯한 일부 아무 생각도 없는 몇몇이 200석이 어쩌고 하는 헛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 200석 확보가 꿈과 같은 일일뿐더러, 진짜 문제는 그런 헛소리가 보수·수구 집단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그들을 결집하게 하는 불쏘시개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말 200석의 의석을 원하고 또 가능성이 엿보인다면,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하고 오히려 국민께 윤석열 일당의 폭정을 견제할 대안세력이 될 수 있도록, 민주당을 지지해 주십사 하고 읍소해야 하는 법이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을 모르거나, 국민의힘이 윤석열 일당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 뻘짓에 대한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 = 국민의힘 = 윤석열등식이 성립한다고 믿고 있다.

 

그만큼 민주당 또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는 뜻이고, 민주당이 투사인 척해도 제놈들 욕심 때문에 국민의힘·윤석열 일당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오는 4월 총선 전략 또한, 판을 완전히 뒤집은 가운데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만일 이준석이 탈당 대신에 국민의힘 수도권 선거를 지휘하게 된다면,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는 요원하다.

 

그렇다고 이준석이 탈당해서 신당을 창당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민주당 출마 후보들에게 절대 도움될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일당에게 실망한 유권자뿐 아니라, 우리 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들까지 모두 이준석 만세를 부르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만일 정의당이 온전히 남았더라면 민주당에 실망한 표가 정의당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이제 정의당조차 없어져야 할 정당으로 낙인찍히지 않았나?

 

심지어 류호정 같은 경우는 이준석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개 짖는 소리를 나불대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이준석과 류호정은 상극이다. 화학적으로 절대 결합하지 못하는. 그만큼 류호정이 행주가 아닌, 빨아도 빨아도 더러운 물만 나오는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정의당이 존속하려면 심상정과 류호정 등을 당에서 축출하고, 예전의 정의당이 꿈꾸던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결국 중도층 대부분은 이준석의 손을 들어줄 것이고, 소위 진보를 자처하던 얼치기 진보 세력 일부도 류호정처럼 이준석과 손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 민주당이 설 자리가 과연 남아 있기나 하겠는가?

 

그러니 제발 200석 같은 헛소리도 하지 말고, 또 최소한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정강·정책을 지켜나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그건 단순한 어젠다 선점을 위한 고육지책에서 나온 작업일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왜 국민의힘 지도부가 입을 닫고 있을 것이며, 당사자 중 하나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입닫고 있겠는가?

 

그러니 민주당서 먼저 치고 나가야 한다.

 

서울(수도권) 확장은 지방을 죽이는 지름길이며, 지방이 죽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라는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사안 아닌가 말이다.

 

그걸 뒷받침하는 논리는 이미 지방 분권을 연구하면서 생산해낸 자료로 충분할 것이고 말이다.

 

국민의힘에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한다는 헛소리를 내뱉은 것과 마찬가지 경우지만, 기껏 그 대응책으로 김기현과 조경태에게 김포 출마하라고 떠드는 민주당 국회의원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제발 공부 좀 하자!

 

머리가 모자라거든 차라리 입이라도 닥치고 있고!

 

입만 닫고 있더라도, 최소한 2등은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