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생경한 단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정당의 형태.
수도권 후배와 통화 중에, project 신당이란 단어가 나왔다.
언뜻 생각해도 현 여의도 분위기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만일 이 project 신당이 성사된다면, 그 파급력 또한 절대 무시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다.
현 대한민국 정치 상황은, 빅뱅(big-bang) 직전 상황에 돌입했으니 말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사주를 받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을 윤석열 친위대로 몰아가는 중이고, 민주당 또한 이재명 사당(私黨) 된 지 오래다.
이에 양당의 비주류 세력은 주류의 전횡에 반발하여, 자신들의 살길을 찾느라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이고, 이원욱 의원 등이 주도한 ‘원칙과 상식’이란 모임을 발족한 상태다.
그뿐만 아니다.
이미 금태섭 전 의원과 양향자 의원은, 제각각 창당을 준비하면서 내년 총선을 대비하고 있다.
***
현재 대한민국 정당은 보수·진보를 구분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언론에서 그리고 정치에 크게 관심 없는 국민은 국민의힘을 보수정당으로 민주당을 진보라고 이야기하지만, 까놓고 이야기하자면 민주당이 어떻게 진보정당이 될 수 있겠는가?
‘민주당 = 진보정당’이라는 등식은,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하면서 깨졌다.
(물론 민주노동당 전 단계인, 국민 승리 21과 개혁 국민정당이 있기는 했다.)
그냥 더 많이 나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덜 나쁜 보수정당 민주당일 뿐이고, 민주당은 진보의 덕목인 도덕성을 주장하지 못할 처지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수구 정당=국민의힘’ ‘보수정당 = 민주당’으로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는 진보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민주노동당이 NL과 비 NL 그룹의 대치 끝에, 그 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PD 계열이 빠져나가 진보신당을 창당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후 정치권의 진보세력은 개혁당 출신이 주류인 정의당이 차지하게 되었지만, 정의당 또한 지난 총선 과정에서 꼼수 정당 태동을 가능하게 만든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그간 쌓아온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또한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 국민 시각에서 부적절한 후보를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했고(대리 게임 논란 대상자를 1번, 메갈 의혹을 받는 대상자를 2번에 배치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 정권에 부역한 이자스민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하는 미친 짓을 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수많은 논란을 낳은 끝에 평균 5~6% 지지율을 기록하던 정의당의 지지율 또한 21대 국회 들어 폭락하여 2%대를 기록하는 중이다.
심지어 지난 10월 말에 발표된 모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는, 1%도 되지 않는 0.7% 지지율을 보일 정도로 충격적이다.
결국 정의당은 고사(枯死)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의견을 대변할 정당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나는 진보당이 조금 더 힘을 내주길 기대한다.
***
황당하기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10년 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정길 전 장관의 이름이, 정치판 일각에서 오르내린다는 점이다.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그 출처는 확실하지 않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보름보다는 전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는 그림은 어떻겠느냐는 농담 비슷한 말을 듣게 되어, 당시에는 솔직히 웃어넘겼다.
그 이후 지인 두 사람으로부터, ‘이준석 신당’ 합류가 아닌 정계 복귀 어쩌고 하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김정길 전 장관의 고향인 거제 출마 혹은 비례 상위 순번 제안까지 있었다.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기 위해서, 당을 옮겨 다니는 철새 노릇을 나한테 하라고?”
통화 전에 저 말이 나올 것이란 건 이미 100% 확신하고 있었지만, 김정길 전 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정계 은퇴 선언 후 당적까지 깔끔하게 정리한 양반에게,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아무튼 그만큼 현 정치판에, 얼굴마담 역할을 할만한 중량급 정치인이 사라졌다는 뜻이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
project 신당 또는 project 정당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물론 정당은 원론적으로 ‘같은 이념을 공유한 사람들의 정치 결사체’가 맞다.
그런 원칙에 따른다면 언급하는 project 신당은 정당이라 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얼마든지 법적으로 설립할 수 있다.
project 신당의 형태는 단순하다.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정파 불문하고 뜻 맞는 사람끼리 결속된 정당,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원래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닌 정당으로 복귀하는 정당.
물론 이 project 정당과 비슷한 형태는 있었다.
예전 친박연대가 그러했고,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일 수 있는 비례 위성 정당이 그러하다.
단지 그 떴다방 정당과 다른 점이라면, 창당 전부터 총선 이후 해산을 결정해 두었다는 점이다.
떴다방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친박연대와 비례 위성 정당은, 비슷한 정치 성향을 지닌 비주류가 집단을 이룬 정당이었다.
그와 달리 항간에 나도는 project 신당은, 정파를 초월한 기존 정당의 비주류 세력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현재 금태섭 양향자 등이 만든 정당, 창당을 저울질하는 이준석 신당과 조국 신당, 그리고 어쩌면 이들 신당과 무관하게 탈주를 준비 중인 민주당과 국민의힘 비주류 현역 의원들, 이들 모두를 하나의 테두리 안에 불러 모아 선거를 치르겠다는 건지도 모른다.
다양한 이념 다양한 색깔을 지닌 출마 후보들이 project 신당 깃발 아래 집결해서 선거를 치르고,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후에 정당을 해산한다는 말이다.
어쩌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거대 양당에서 버텨낼 여력이 부족하지만, ‘이준석 신당’에도 또 ‘조국 신당’에도 가기 꺼리는 현역 국회의원에게 탈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지만, 누군가 깃발을 치켜들고 ‘나를 따르라!’ 외칠 얼굴마담이 있다면, 어쩌면 예전 안철수가 주도한 국민의당 수준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의 창당이 여의찮을 경우, 이 project 신당 깃발 아래 모여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도래한다면, 정말 대한민국 정치권에 제대로 된 빅뱅(big-bang)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가 우리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우리 대한민국 정치를 한 걸음 더 퇴보하게 하는 결과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현재 대한민국 정국은 혼돈(混沌)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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