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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윤핵관은 몰락해도 장제원은 살아 남는다.

by 나정치 2023. 11. 19.

내가 정말 참고 참았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내부 총질일 수도 있는 일이어서.

 

지난 5월인가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날, 동지이자 벗의 자녀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1984년 겨울 시작한 정당 생활이니, 정당 밥을 제법 먹었다고 하겠지요.

 

그런데 그 오랜 세월 정치판에서 살아오면서, 내가 친구 또는 형이나 후배(뭉뚱그려 동지)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채 스무 명도 되지 않습니다.

 

내 지랄 같은 성격 덕분이겠지요.

 

정치판에서 인연을 맺은 그리 많지 않은 친구 중 하나인 친구 아들 결혼식이니, 내가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은 당연합니다.

 

비가 퍼붓는 날이었음에도, 하객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2.3층에도 하객이 가득했고 식당엔 줄을 서야 할 상황이었기에, 그날 김정길 전 장관께서는 아예 잔칫집에서 밥 먹는 걸 포기하고 부산역에서 점심을 해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지역의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하기도 했었고 비록 낙선에 그쳤지만, 사상구에서 두 번의 출마 이력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무엇보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1980년대에 민주당에 입당해서, 단 한 번도 당적을 옮겨 다니는 일 없이 젊은 시절을 민주당 당원으로 살아온 친구였으니, 하객이 많은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참으로 황당하면서도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그 친구는 아들 결혼식에 따로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고 했고, 그건 저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저한테 개인적으로 전화했을 뿐, 그 친구 보스인 김정길 전 장관에게조차 아들 결혼식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김정길 전 장관께 전화해서, 그 친구의 아들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부산역에서 김 장관을 픽업해서 결혼식장인 그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 오르디는 사상구의 핫플로 유명합니다.

 

이른바 공장 view라고나 할까?

 

어이쿠! 장관님.”

 

딱히 결혼식 장면을 편하게 볼 자리가 없어 김정길 전 장관께서는 혼주가 서 있는 뒤에 앉아 계셨는데, 그때 찾아온 사람이 바로 사상구 대통령이자 윤핵관의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장제원 의원 뒤를 이어 조병길 사상구청장(김 전 장관과 내가 백수인 탓에 명함이 없어, 얼결에 내가 김 전 장관 대신에 조병길 구청장 명함을 받게 되었고 전화번호까지 교환했습니다.)이 찾아와 인사했고, 그리고 국민의힘 소속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인사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정확히 숫자는 세어보지 않았지만, 모르긴 해도 장제원 의원 쪽에서 총출동을 지시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왜냐고요?

 

그날 그 결혼식장에서 제가 본 민주당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나도 잘 아는 배갑상·진석규 씨 그리고 북구의 이순영 전 의원과 사상구 장인수 전 의원이 전부였으니까요.

 

물론 이영철 위원장이 따로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니 할 말이 없습니다만,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을 시작으로 조병길 구청장과 사상구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은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요?

 

아니면 이영철 위원장이, 사상구 민주당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을 만한 일을 했을까요?

 

 

이영철 위원장은 저와 다르게 부자입니다.

 

그리고 짠돌이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는 사실도 압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동지나 후배에게 술이나 밥 사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또한 나처럼 대놓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할 정도로 성격이 모질지도 못한, 어찌 보면 마음이 여린 사내이기도 합니다.

 

결혼식이 있었던 다음 날인가, 제가 이영철 위원장에게 전화해서 화를 냈습니다.

 

그 사람들도 자기 나름의 사정이 있었겠지. 그리고 끈 떨어진 갓 신세인데, 누가 비도 오는데 찾아오겠나?”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바닥 생각하는 이상으로 냉정한 동네다.”

 

맞는 말이긴 합니다.

 

저 또한 그리 생각하고 삽니다.

 

그래서 저도 집안의 경조사를 정치판 사람에겐 알리지 않고 지나쳤습니다.

(단 한 번은 어쩔 수 없이 알려진 적이 있긴합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초상이 났던 덕분에.)

 

어차피 우리 집안에서 민주당 성향은 저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요.

 

더는 출마하거나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게 확실하니, 정치판 인연이 끝난 거라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영철 위원장이야 정치판에서 발을 뺐다고 하지만, 그날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한 이영철 위원장의 지인들은 여전히 유권자로 아니면 민주당 당원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듣기로 최소한 사상구에서 출마했던 사람 중에, 이영철 위원장에게 술이나 밥을 얻어먹지 않은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후보로 나선 후배 정치인을 위해, 유세차에 올라 지지 연설까지 해준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습니다.

 

 

사실 저 또한 이영철 위원장처럼, 민주당 소속 배지나 출마자들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습니다.

 

그런 사실을 나 또한 잘 알고 있기에 나 스스로, 내 주변에 테두리를 치고 사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최소한 내가 친구 또는 형님·아우라고 생각하는 지인의 경조사는, 꼭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물론 개인적 사정으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그게 같은 당원으로서 의리이자 동지애(同志愛)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상구 장제원 의원과 조병일 구청장, 그리고 국민의힘 소속 사상구 광역·기초의원들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정치적으로 적()이라고 해도 무방할(단지 한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떼로 몰려와, 민주당 소속 () 정당인의 경사를 축하한 일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정도 포용력을 지닌 정치인이라면, ()이 아닌 아군(我軍)을 얼마나 열심히 챙기겠습니까?

 

며칠 전 장제원 의원이 세 과시를 내보였던 산악회 모임, 그걸 단순한 세 과시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 행사 자체가, 힘이자 권력입니다.

 

앞부분에 장제원 의원을, 사상구 대통령이라 표현했습니다.

 

장제원 부친이 장성만 전 의원이고, 장성만 전 의원은 11.12대 국회의원이면서 13.14대에는 낙선한 출마 경력이 네 번입니다.

 

그리고 장제원 의원은 18.20.21대 당선된 3선의 국회의원입니다.

 

부자가 5선의 국회의원이자 사상구에서 7번 출마한, 그러니까 28년을 지역에서 터를 닦은 집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민주당을 적()으로 인식하고 민주당 정치인을 적군(敵軍)으로 여기면서도, 웃는 얼굴로 적군의 경조사에 얼굴을 들이밀 줄 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무슨 재주로, 같은 당 동지의 경조사조차 챙기지 않는 사람이 이길 수 있을까요?

 

그날 결혼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당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결혼식에 참석한 자기들에게는 아주 괜찮은 사람인데, 혹시 이 사람이 현 사상구 지역위원장이나 광역·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나 당선자들과는 원수지간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까요?

 

아니면 자기들보다 선수라는 사람들이 정보 습득이 늦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그날 결혼식에 참석한 민주당 인사 중에, 선수로 뛰는 사람이 두 사람입니다.

 

이순영 전 의원과 장인수 전 의원.

 

이 두 사람의 출마 경력을 살펴보자면 이순영 전 의원은 6회 출마에서 2회 당선, 장인수 전 의원은 5회 출마 중 3회 당선입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5859년생으로, 연배가 좀 있는 편이지요.

 

그게 답일 것 같습니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정승이 죽으면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권력을 좇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입니다.

 

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으로 무언가를 이루려는 사람이라면, 절대 저런 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쓸데없는 넋두리를 늘어놓는 겁니다.

 

오늘 쓰는 글 또한 웹소설 1회 분량인 5,000자 가까이 되고, 이런 헛소리 대신 웹소설 분량을 채우면 그 글이 얼마의 가치를 지닐 것인지는 예측 불가입니다.

 

제가 글을 내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볼 것이고, 제가 최근 완결을 낸 반골(反骨), 세상을 바꾸다.’ 그 글을 예로 들자면 유료 연재 첫 회인 26회 원고료를 기준으로 삼자면 20~30만 원짜리입니다.

(문피아, 네이버, 카카오페이지, 원스토리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고, 앞으로 또 얼마의 수익이 더 창출될지는 미지수)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바쁜 시간을 쪼개서 헛소리를 나불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아직은 제가 민주당을 그리고 우리 민주당 당원을 사랑하고, 또 우리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선수들의 승리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할 후보들은, 사상구 장제원 의원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윤핵관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자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인 장제원 의원이, 인요한 혁신위의 당 중진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선언 요구에 미친 개소리 하고 있네!’라고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지역구 관리에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요한 혁신위와 윤석열 일당이 장제원 의원에게 공천을 주지 않더라도, 무소속으로도 얼마든지 당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

 

설령 공천받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4년 후에는 얼마든지 당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자신감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자기 지역구에서만큼은 자기가 최고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지역구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자신감이자, 실제 적()이라 할 수 있는 이영철 위원장 아들의 결혼식에서 그런 사실을 몸으로 보여줬으니까요.

 

끝으로 그다지 바람직하다 생각하진 않지만, 예전 우리 민주당 중진의원의 경우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구 유권자의 주례를 서준 것만으로, 민주당에서 중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다선의원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만큼 아직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자기 집안의 경조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러니 오로지 나는 정치력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정치력 이외에는 다른 그 어떤 것으로도, 나에 대한 평가를 거부한다!’ 이 정도 자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귀찮더라도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경조사를 챙기는 일은 기본입니다.

 

다 떨어진 기초의원이라도 의원 배지를 단, 아니면 전직 기초의원이라도 찾아와서 축하 인사를 건네거나 조의(弔儀)의 뜻을 표하면, 혼주 또는 상주로서는 어깨가 으쓱거릴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단편적이면서 가장 확실한 예를 들자면, 제 개인에 국한한 사실로도 충분합니다.

 

13대 국회의원 총선거 운동 초입, 제 조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장례식 기간에 출근하지 못한다고 보고하고 제 고향에 갔습니다.

 

그날 저녁 근조화환이 도착하기 시작했는데, 김정길·박관용·이기택·최형우 이 네 양반의 근조화환이 배달되었습니다.

(그때는 3당 야합 전이었고, 박관용 의원을 비롯한 세 양반은 어찌저찌 인연이 엮인 게 있었습니다.)

 

솔직히 근조화환이 도착한 걸 확인한 순간, ‘시끄러워지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고향이 박정희 출생지인 경북 선산(현재는 구미시)이었고, 제 집안 어른들뿐 아니라 고향 사람들 대다수가 민주당을 빨갱이로 여기는 분위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전라도 놈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줄 알았더니, 일은 좀 하나 보구나.”

 

제 경험으로는 전라도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적 민도 또한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정반대되는 이유로, 경상도 사람 특히 경북 선산 사람들 또한 정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호남에서는 매일 김대중이란 이름에 울고 웃는 것처럼, 경상도 사람들 또한 동향 출신이 무소불위의 권력자이니 당연한 현상이었을 겁니다.

 

아무튼 시골 촌부이지만 뉴스에 나오는 국회의원 이름은 기억하는 분들이니, 김대중·김영삼이 아니어도 나름 잘나가는 국회의원 넷의 근조화환에 화(?)가 많이 누그러졌던 게지요.

 

 

경조사에 얼굴을 내밀거나 성의를 표시하는 게,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두환은 여전히 인간이라 생각지 않는데, 똑같은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노태우에 관해서는 그나마 증오심이 덜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예전에 제가 농담했던 두 번씩이나 내 생명의 은인노릇을 해줬다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 노태우가 사망하기 전인 2019년부터 그의 아들 노재헌이 망월동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유가족들께 사죄하는 일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식 노재헌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노태우가 저지른 만행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원망과 미움 그리고 5.18 희생자 유가족들 가슴에 맺힌 한과 응어리는 조금씩 옅어지겠지요.

 

그래서 나는 노재헌의 그런 행동에 조용히 박수를 보내고, 전두환과 달리 노태우는 아들 하나는 잘 뒀다고 생각합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는, 사적인 약속은 뒤로 미루더라도 찾아가서 함께 기뻐하는 척이라도 하기 바랍니다.

 

추모할 일이 있을 때는, 껄끄러운 기분이 들더라도 함께 슬퍼하는 척이라도 하기 바랍니다.

 

정 직접 찾아갈 시간 여유가 없다면, 가장 아끼는 사람을 대신 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약간만 신경 쓰면 죽을 때까지 나를 지지해 줄 든든한 우군이 될 사람을, 단 한 번의 실수로 등돌리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기를 기대합니다.

 

그 사람에게도 가족이 있을 것이고, 그 가족의 표가 당신의 당락을 좌우하는 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입, ’그래도 내가 그 인간 선거 때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 찍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인간이 어떻게.“

 

그런 이야기는 금방 퍼집니다.

 

그렇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가 퍼지면, 그때는 그 지역에서 아에 출마할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양아치처럼 선거비용을 조작해서, 선거를 생활비 마련하는 장사꾼이 될 생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지난 금요일 이번에 '대통령의 여자들' 개정판 출판 계약한 대표님과 통화 중에 나왔던 말로, 오늘 잡설(雜說)을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어느 구름에 비가 내릴지 모르니, 이것저것 계속 깔아봐야지요. 이 개정판이 초대박이 날지, 그걸 누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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